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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게 된 모든 것 - 기억하지 못하는 상실,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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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정 (지은이), 정혜윤 (옮긴이)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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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ABA 인디즈 초이스 최종 후보작
★★★PEN 오픈 북 어워드 준결선 진출작
★★★NPR, 〈워싱턴 포스트〉, 〈타임〉, 〈라이브러리저널〉 등 20곳 이상 매체에서 올해의 책 선정


“엄마, 나 진짜 한국인 맞아?”
다섯 살 딸아이의 질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짜 한국인. 어린 시절 나 자신에게, 세상을 향해 수도 없이 던진 물음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질문이 돌고 돌아 다시 딸의 입에서 나온 순간,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순간, 대학 졸업을 며칠 앞두고 친구의 소개로 만난 젊은 부부가 떠올랐다. 나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국제 입양, 즉 인종이 다른 아이를 입양하려던 이들. 시종 따뜻한 태도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던, 내 양부모가 ‘진짜’ 부모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느냐고 묻던, 악의라곤 하나도 없이 맑은 두 쌍의 눈동자를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백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불편했냐고? 그건 결국 내가 한국인이어서 불편했냐고 묻는 것이었고, 내 대답은 그렇다와 아니다 둘 다였다. 나는 불편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지만, 두 대답 모두 내가 느낀 감정에 비하면 너무 부족했다. _본문 중에서

더 어린 날의 기억도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왜 너는 부모님이랑 다르게 생겼어?” “네 거기는 수평으로 생겼니? 우리 오빠가 아시아 여자아이들은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서 받는 따돌림을 ‘인종차별’이라고 부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부모님은 사랑 가득한 분들이었지. “네가 검든 희든 물방울무늬가 들어간 보라색이든 우리한텐 아무 문제도 안 됐을 거야.” “저 멀리 아시아에서 온 예쁜 우리 공주, 우리는 널 아시아인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바로 그게 문제였을지도. 사랑이 넘치는 나머지 나의 인종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아시아인이라고는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백인 마을에서 부모와 다른 얼굴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분들 역시 알지 못했다.
가족에게 내 입양 사실은 비밀이 아니었다. 불행히도 매번 같은 이야기만 들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분들은 입양이 너한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조산아였고, 의사는 내가 얼마 못 살 것이라 했으며, 가난한 이민자였던 그분들은 아기의 행복을 위해 이별이라는 희생을 감내한 용감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 나는 감히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건 어쩐지 양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배반하는 것 같았기에.
친부모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한 건, 그 역시도 딸아이 때문이었다. 임신 후 첫 산전 검사 날, 의사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못 하고 돌아온 그날 저녁이었다. 처음엔 쉬웠다. 내 나이를 묻고, 첫 임신인지 확인하고, 얼마나 된 것 같은지 묻는 말에 들뜬 마음으로 대답하던 나를 가로막은 건 아주 쉬운, 정말 사소한 질문이었다. “형제자매가 몇 명이죠?” 언젠가 내게 언니‘들’이 있다고 들었다. 나이도, 이름도, 그 무엇도 알지 못했지만. 이어서 의사는 내가 예정보다 일찍 태어난 이유를 물었고, 그 역시 알 턱이 없었다. 깊이 모를 상실감이 다시금 밀려왔다. 지난날 모두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뿌리 없이 살아간다는 감각, 나만 외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 텅 빈 가계도를 태어날 아이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한 입양인이 간절한 용기로 써 내려간,
가족, 정체성, 그리고 상실과 회복에 관한 진솔하고 강렬한 고백


스릴러를 읽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 에세이에서, 저자는 ‘수정’이라는 이름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시간을 넘나들고 시점을 교차해 가며 생생하게 그려 낸다. 모든 진실이 그렇듯 그를 기다리고 있는 진실의 조각 역시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새로이 알게 된 모든 사실과 함께 배반감과 아픔, 애정과 분노, 기쁨과 안타까움 등 복잡다단한 자신의 속내를 놀랍도록 솔직하게 써 내려간다.

마치 미스터리물처럼 한 겹 한 겹 천천히 진실의 외피를 벗겨 나가는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여지없이 잔혹한 오이디푸스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실제 생부모는 어린 시절 상상했던, 오로지 제 아이의 더 나은 미래만을 위해 고결한 희생을 감수한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니콜은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모순되고 복잡한 존재인지, 진실이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그럼에도 그는 오랜 기간 언니, 생부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시종일관 자신과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읽어 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과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 나가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한다. 이런 고민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어떤 역사를 들려줄지, 그리고 그 역사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규정하도록 도울지에 대한 탐색으로까지 확장된다. 그리하여 자신에게 생부모 가족과의 재회는 그 자체로 평화를 되찾는 구원이 아니라, 그제야 주체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뚜렷한 출발점이 된 것임을 깨닫는다. _옮긴이의 말 중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입양인은 대체로 양부모의 학대 등으로 불행하게 자라는 모습 또는 입양 가족에게 따뜻한 사랑과 좋은 교육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란 이른바 ‘성공한 입양인’이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양극단의 이미지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입양인의 삶은 당연히도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저자는 자신의 양부모와 원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이들 모두가 제각기 사정이 있는 한 명의 ‘사람’임을 보여 주고, 입양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입체적인 문제임을 드러낸다.
나아가 자신의 어린 딸이 입양 경험을 묻는 장면에서도 그녀는 더없이 솔직하다. 아일랜드인과 레바논인 혼혈인 남편과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혼란스러워할 때, 자신이 세상을 향해 수없이 던진 “나 진짜 한국인이야?”라는 질문이 돌고 돌아 딸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입양인이자 아시아인이라는 본인의 정체성이 자신만의 유산이 아님을 깨닫는다. 니콜은 아이들이 이 모든 사실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우며 본인의 세계 역시 확장됨을 느낀다. 진실을 숨겨 온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마침내 어린 날의 아픔과 화해에 이르는 것이다. 한 입양인이 간절한 용기로 써 내려간 이 회고록은 상처를 딛고 나아가려는 모든 이의 마음에 회복과 성장의 씨앗을 심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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